(서울=연합뉴스) 최종호 서혜림 기자 = "다 맞게 푼 것 같은데 답안지에 제대로 적었는지 긴가민가한 문제가 하나 있었기 때문에 제가 만점이라는 확신을 못 하고 있었는데 지금 굉장히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네요."
8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성적이 교부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리아(19) 양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유 양은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교육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았다.
용인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인 그는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난 뒤 몇문제에서 실수한 탓에 자신이 원하는 의과대학에 가기 어렵다고 보고 재수를 결심, 다시 치른 이번 수능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다.
그런 유 양에게도 이번 수능은 쉽지 않았다.
유 양은 "시험을 보고 난 뒤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점이 없을 것 같다는 기사를 봐서 가채점 결과 만점이 나왔지만, 아닌가 보다 하고 있었다"며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국어에서 현대소설 '골목 안'이 지문이었던 문제들로, 맥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킬러문항에 대해서는 "시험 도중에는 이게 킬러문항인지 신경 쓸 틈이 없어서 잘 못 느끼고 시간 관리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만점을 받은 비결로는 꼼꼼한 문제 읽기를 꼽았다.
유 양은 "올해 공부하면서 느낀 게, 너무 간단한 거지만 문제의 문장 하나하나를 제대로 읽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라며 "그 외에는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본 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재수 기간에 평소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쉬는 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유 양은 "수능에 최대한 생활 패턴을 맞추려고 했고 잠이 많아서 주말을 비롯해 쉴 때는 주로 잠을 자거나 아빠와 영화를 많이 봤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했지만, 그동안 전교 1등도 해본 적 없다며 쑥스러워했다.
유 양은 "내신으로는 학교에서 최상위권이 아니었고, 모의고사는 상위권이었지만 1등을 해본 적은 없다"며 수줍게 말했다.
유 양은 지난해와 달리 원하는 의과대학에 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서울대 의대에는 원서를 낼 수 없다.
올해 서울대 의대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 물리를 선택한 수험생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했는데 유 양은 생물과 지구과학을 선택했다.
그는 원래 생물과 지구과학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선택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대를 목표로 한 이유로는 뇌에 관한 관심을 들었다.
유 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외할아버지랑 친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셔서 더 관심이 생겼고, 뇌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유 양의 어머니는 수능 만점 자녀를 키운 비법이 있는지 묻자 "리아를 비롯해 자녀가 3명 있는데 각각의 성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키우려고 한 게 전부"라고 전했다.
유 양의 활약으로 그가 졸업한 용인외대부고도 주목받고 있다.
용인외대부고 박인호 교감은 "우리 학교에서는 그동안 수능 만점자가 16명 나왔는데 이번에 한명이 추가돼 경사"라며 "학생들이 공부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혜림(sf@yna.co.kr) 최종호(zorb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