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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기 HAFS CAMP 우수 후기] Johns Hopkins반 류여원

류여원 조회 : 792 | 등록일 : 2023.08.22
들뜬 탓인지 긴장한 탓인지 나는 다섯 시간을 꼬박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아빠의 빠른 마우스 클릭 실력 덕에 외대부고 캠프에 간다는 것이, 고작 몇 시간 후에 이루어질 일이 되어있었지만, 나는 짐을 싸고 차를 타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다. 유튜브 브이로그에서나 보던 그 고등학교의 웅장한 자태가 시야에 들어왔는데도 나는 그저 가방끈만 만지작거렸다.

 앞으로 3주 동안 뵙지 못할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잡다한 것이 가득 들은 캐리어를 질질 끌며 친절한 웃음을 머금은 멘토 선생님을 졸졸 따라갔다. 내 가방에 붙은 'Johns Hopkins'라는 이름을 보고 또 보며 자꾸만 중얼거렸다. 곧 나의 이름만큼이나 익숙해질 테니까. 외대부고의 이곳저곳을 눈에 담으며, 언젠가는 이곳에 외대부고의 학생으로서 오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시청각실에 앉아 경직된 분위기 사이에 꼼지락거리는데,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Johns Hopkins 아이들 사이에 끼어 나의 반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반으로 가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어색했다. 창밖으로는 한 번도 실제로 눈에 담은 적이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수많은 경탄의 말을 삼켰다. 반에 도착한 우리는 뻣뻣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고, 담당 멘토이신 Riley 선생님께서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하셨다. 우리에게는 Ice Breaking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공통점이라고는 중학교 2학년이라는 것밖에 없는 아이들이었다. Riley 선생님께서는 분위기를 풀려고 최선을 다하셨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열기를 주저하며 조용히 있었다. 모든 아이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호기심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 두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급식은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었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첫날의 메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생크림블루베리고구마무스는 그 후로도 두세 번 더 나온 것 같은데, 맛있었던 메뉴 중 하나였다. 잘 모르는 아이들과 마주 본 채 음식을 입에 떠넣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었으나 온갖 맛있는 종류의 음식이 그 기분을 덮어버렸다. 나는 집에서도 늘 '신의 급식'이라 불리는 외대부고의 급식을 찾아보곤 하였는데, 기대한 만큼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다.

 강당에서 '공부'에 대한 인상 깊은 강연을 듣고 나서, 나는 기숙사에 도착했고 짐을 정리하던 룸메이트와 눈이 마주쳤다. 샤워할 시간, 물건을 둘 곳 등 몇 가지를 상의하며 나는 룸메이트에 대한 모든 걱정을 털어버렸다. 우리는 불을 꺼야 하는 시간이 될 때까지 첫 단어 시험을 준비하고 일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잠에 들기 위해 누워서도, 나는 나를 기다리는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다음날,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 눈을 떴다. 벌써 둘째 날의 아침이 밝은 것이다. 어젯밤 닫아 두었던 커튼을 열어 젖히자 보이는 새파란 하늘은 어째서인지 참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맞는 아침이, 사실은 지난 몇 년간 내 눈꺼풀을 두드려 온 것처럼. 오늘의 일정을 보며 가방을 싸는 동안 나는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절대 잊지 못할 최고의 3주가 시작되었다.

 내가 들은 첫 수업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인 English Debate 수업은, 금발의 장발이신, 영국 악센트가 섞인 발음이 멋진 Jun 선생님의 지도 하에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영어 토론 동아리를 들었었지만, 나에게는 아직 즉각적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반박하는 기술이 부족했고 나는 이 수업이 그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AP Debate는 평소 내가 접했던 토론 방식과는 확실히 달랐다. Prime Minister, Opposition Reply 같은 말들을 나는 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 방식은 나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평소에도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던 만큼, 나는 이 수업이 많이 기대가 되었으며 Debate 수업이 다음 시간일 때는 신이 나고는 했다. 비록 Debate 대회에서는 예선 탈락을 했지만, 모의 토론에서라도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역할로 토론을 해보다 보니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물론, 논리적인 사고 또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AP Debate의 재미를 알고 나니, 내년에는 AP Debate 동아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미소의 소유자이신 Jessica 선생님의 English Essay 수업 또한 내가 기대하던 수업이었다. 영어로 형식이 정해진 글을 써본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국어 시간에 컴퓨터를 찾아보고 자료 조사를 하면서 완성했던 논설문을 영어로, 그것도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 오직 사전 하나와 내 머리를 가지고 써본다는 것은 색다른 일이었다. 읽는 이의 시선을 끄는 hook 문장을 만들어보고, 내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세 가지 근거를 생각해보고 'In conclusion'으로 시작해 내 글 전체를 다시 한 번 요약하는 문장을 써보며 나는 평소에 논설문을 쓰던 때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평소에도 글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자주 여러 종류의 글을 쓰고는 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업이었다. 내가 직접 주제를 생각해서,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Essay 형식을 지켜 글을 쓰고 싶다.

 English PT는 자연스러운 발음이 매력적인 Yejin 선생님이 가르치셨다. 이 수업에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실수에 대해서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던 나였지만, 말을 더듬고 문법 실수를 해도 부드럽게 제안을 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 늘 완벽할 수는 없다는 이치를 이 수업에서 깨달은 것도 같다. 선생님께서는 더 나아지기 위한 조언을 포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씀해주셨고, 나는 내가 몰랐던 나의 말버릇이나 말할 때의 습관 등을 알게 되었다. 나는 조별과제에 약해서 Presentation이 무섭게 느껴졌는데, 발표를 하는 당일까지 다사다난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꽤 좋은 결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나는 발표를 마치고 수많은 감정이 몰아치던 그때 고생했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Yejin 선생님의 부드러운 위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English Film의 보나 선생님은 Johns Hopkins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으로 불렸다. 재미있는 영화와 영어를 결합하는 수업 방식이 이유였던 것 같다. 예전에 보다가 별로 흥미가 안 생겨서 말았던 Corpse Bride는 바쁜 캠프 생활 중에 봐서 그런지 정말로 재미있었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자막 없이 영어에 귀를 기울여 보고 단어들을 살펴보는 과정이, 영어를 알아듣는 연습을 가장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집에서도 영화를 한글 자막 없이 보려고 노력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였는데, 수업의 일부로 캠프에서 접하게 되니 좋았다. 영화 속 뜻을 알 수 없었던 단어를 짚고 넘어가는 점도 좋았고, 조원들과 영어로 스토리를 작성하고 큰 검은색 보드에 장식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Sport Club A와 B는 날 정말 놀라게 했다. 학교에서도 체육 수업을 싫어하는 나인데, 캠프라고 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두 수업 모두 내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수업들이 되었다. 쉽게 해볼 수 없는 스포츠인 라크로스는, 이름만 들어봤지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르던 스포츠였다. 선생님께서 스틱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이 멋있어서 잘 되지도 않으면서 첫날에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라크로스는 재미있게 느껴졌고 기술을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필라테스가 즐거웠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몸은 뻣뻣하고 평소에 자세가 좋지 못해 스트레칭 같은 것을 하기만 해도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몸의 소유자인 나는 필라테스가 두려웠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지친 나의 피로를 완전히 풀어주었다. 송장 자세를 하며 몸에서 힘을 빼다가 나도 모르게 스스르 잠에 들 때면, 6시간 반 동안 자는 밤잠보다도 내 정신은 더 맑아졌고, 몸은 더 개운해져 있었다. 어느샌가부터 나는 필라테스 자세들이 편안해졌고, 책을 읽을 때면 나비 자세를 취하곤 했다. 허리가 굽고 거북목이 많은 요즘 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수업인 것 같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하는 English Activity, Homeroom, Counseling 시간은 내게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친절하고 아름다우신 Riley 선생님은 늘 우리를 고려해주셨고, Johns Hopkins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하게 밝히셨다. 부담임이신 Grace 선생님께서는 Cube Note를 검사해주셨고, 그 때문에 우리는 계획을 전부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Activity 시간에는 여러가지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고흐의 작품을 칠하고 별자리 조명을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Homeroom 시간은 아무리 알차게 써도 부족한 우리의 자유 시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나는 그 시간에 보통 단어를 외웠다. Counseling 시간에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고 질문에 답을 했으며, 가끔은 선생님의 감동적인 한 마디를 들을 수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들이 쓰신 캠프 일지를 보며 펑펑 울기도 했었다. 3주만에 Johns Hopkins도, 외대부고도 나의 집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체육대회도, 골든벨도, 장기자랑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평소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과 함께 강당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아깝게 골든벨 문제를 틀려 아쉬운 감정도 느끼고, 결국 골든벨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우승을 한 같은 반 친구를 소리쳐 응원하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붐바스틱을 반복해서 추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차리기도 하면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다른 곳에서 했다면 이만큼 즐거웠을까? 학교 행사도 그저 나에게는 공부를 하지 않는 그런 날들이었을 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캠프에서만큼은 소리를 지르고 친구들과 웃으며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갔던 것 같다. 그 장소가 내게 많이 소중해져서였을까? 함께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어서였을까? 어떤 이유에서든지 내게 잊지 못할 기억들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특강들도 내게는 그 어느 곳에서 들은 것들보다도 값지고 좋은 교훈을 담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주시는 멘토이신 Joanna 선생님의 특강은 정말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그날 기숙사에 돌아와 내내 생각을 거듭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떠올려보면서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애썼다. 결론은 간단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했다. 그 후로도 특강들을 몇 번 더 들었지만, 각각의 특강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노력의 중요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으른 것이 인간의 본능인지라 나는 이제껏 최선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할 일을 미루고, 그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만 키워가면서, 나의 목표를 위한 인내와 고통은 피하려고 했다.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들이, 남들의 노력과 그들이 말해주는 인생의 교훈으로 날 찾아오며,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정말로 이제는 모든 걸 피할 수가 없구나. 나는 바뀌어야 하는 구나. 내가 피와 땀을 흘리며 혼신의 힘을 다하며 노력을 해야만 내가 바라는 그 높은 꿈이 현실로 다가올 수가 있겠구나. 그리고 마음 먹었다. 내가 오늘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히 제자리걸음일 것이라고.

 나는 정말로 내가 캠프를 계기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반으로 나눌 수 있다면, 그 기준은 외대부고 캠프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언젠가 내가 이 캠프가 내 삶을 얼마나 많이 바꾸어 놓았는지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이젠 달려가고 있다. 내 꿈을, 내 목표를 향해서. 그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외대부고이다. 나는 캠프에서 배운 많은 것들을 실천하고자 하고 있다. 아침 7시, 멘토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날 깨웠던 것처럼 난 매일 7시에 일어나고 있다. 큐브 노트를 썼던 걸 생각하며 난 플래너를 쓰고, 단어를 외울 때는 EBS 강사님께서 해주신 특강에서 배운 것처럼 예문을 만들어본다. 가끔 허리나 목이 아파올 때면 송아지 자세, 코브라 자세를 해보기도 하고 영어로 에세이를 써보기도 한다. 나는 캠프 하나가 인생을 이렇게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 새삼 감탄스럽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도, 깨달은 이치들도, 모두 참 소중하기만 하다.

 이제는 외대부고에서 맞은 첫 번째 아침이 어째서 그렇게 눈에 익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저녁에 바라본,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이 아름답게 뒤섞여 분홍빛 구름과 함께 수놓아진 하늘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마치 집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외대부고의 풍경을, 나는 그곳의 학생으로서 언젠가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볼 때 내 머리를 강타했던, 내 혈관에 흘렀던 그 짜릿한 전율은 운명이었다.

 나의 인생의 큰 조각이 되어 준 외대부고 캠프에게, 멘토 선생님들에게, Johns Hopkins의 친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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