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내리자, 나는 거대한 급식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 엄마께서 외대부고캠프에 가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기 때문이다. 활동들도 재밌어보이고, 영어공부에도 도움이될 것 같아서 제안을 받아드렸다. 급식실안에서 대기하는 동안 많은 걱정들이 머리 안을 채웠다. ‘룸메이트와 잘지낼 수 있을까?’, ‘공부가 너무 어렵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교실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모두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멘토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그러다보니 캠프 시간표를 알게되었다. 약 사흘, 나흘 쯤엔 시간표에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살짝 충격을 받았었다.
캠프에서 생활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전부 재밌었지만 가장 재밌었던 건 EnglishFilm 시간이었다. 영어로 된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동시에 영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Debate시간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형식적인 토론이 너무 싫어서 힘들었는데 하면 할 수록 재밌어졌다. PT시간에는 발표내용 뿐만아니라 목소리톤 등을 연습 할 수 있어서 좋았다. Essay시간도 즐거웠다. 직접 말하는 것 보다는 글로 표현 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 다른 활동들에 비해 많이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Sports club시간에서 라크로스를 처음 배웠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Counseling시간에는 담임선생님, 부담임선생님으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Homeroom시간에는 숙제나 수학문제집을 풀었다. Grammar시간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영어 맞춤법은 어려워서 많이 헷갈리는데 Grammar시간에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Activity시간에는 영어 외의 과목, 예를 들어 미술, 과학 등을 배웠다. 태양계 행성의 영어이름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과학시간에 알게 되어 좋았다. ET는 원하는 수업에 못들어가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밌었다. 심리학에 대해 배웠는데, 평소 자주 배우지 않는 분야라 신기했다. 그리고 가끔씩 특강도 듣는다. 전부 유익했다. 수학을 즐기는 편은 아니였지만 수학특강은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깊었던 특강은 Road to HAFS였는데, 외대부고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애들아 이제 일어나자!” 아침은 나이트가드선생님들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나에게는 매우 이른 시간인 7시부터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으니,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피곤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금세 익숙해졌다. 잠이 덜깬 몸으로 커다란 급식실 안을 들어서서 내 반을 찾은 후에는 줄을 서야 한다. 반이 꽤 많다 보니 줄을 서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앞뒤의 친구들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서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급식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맛있었다. 그래서 캠프가 끝날때 몸무게가 늘까봐 걱정하기도했다.
하루의 모든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기숙사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계단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운동도 되고 나쁘지 않았다. 9시에 롤콜을 한 후, 간식을 들고 방으로 이동한다. 간식으로 공부하는데 썼던 에너지를 다시 회복 할 수 있다. 한 일주일 동안은 룸메이트와 어색해서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갑자기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덕분에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 좁은 2인 1실 방이 내 집 만큼이나 편해질 줄은 몰랐다.
캠프생활에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꽤 친해졌을 무렵, 디베이트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렵고 복잡한 주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디베이트였으나, 상당히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들이 발표되었다. 사실 그동안 형식적인 토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준비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디베이트 대회날이 다가왔다. 온 몸에서 긴장감과 떨림이 느껴져왔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작년 여름 즈음, 토론 수업을 들었었다. 상대편의 주장에 반박을 하는데, 손이 떨려 연필이 계속 흔들렸다. 그런데 내 표정은 웃고 있었다. 그 느낌이, 캠프에서도 느껴졌던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족스럽게 끝나진 않았다. 우승을 하지 못한 건 둘째치고, 머리속에 있던 말을 입밖으로 자연스럽게 전달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얻은 것은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해보기도 하고, 조금은 지루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도 들어보았다.
디베이트 대회가 끝나고, 더이상 대회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은 빗나갔다. 눈을 떠보니, 칠판에 PT주제가 써져있었다. PT대회를 준비하며 컴퓨터로 PPT도 만들고, 대본을 외웠다. 타이머로 시간을 재가며 열심히 외우긴 했으나, 대본에게 의지 하지 않을 순 없었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것은 어리석은 핑계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번에 발표를 할 일이 있다면, 준비기간이 어떻든 더 열심히 외우리라 다짐했다.
위에서 지금까지 말한 내용들로는 캠프에서의 추억을 전부 담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썼다고 생각했을때엔 또다른 추억이 다시 생각난다. 캠프에서 봤던 아름다운 노을과, 일찍 일어나야만 볼 수 있는 파스텔톤의 하늘…… 어떻게 보면 3주는 짧은 시간인데도, 엄청난 양의 추억을 만든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가기 싫었던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정성을 담아 써봤다.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카네기멜론반과 함께 에버랜드를 갔었다.(아쉽게도 반 전체가 가진 못했다.) 놀이기구를 잘 못타기는 했지만,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건 우리반이 만든 구호이다: In a phrase, Carnegie!
캠프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카네기 멜론반(a.k.a. 카멜레온반, 카라멜반, 멜론반, 갈매기반, 워터멜론반), 그리고 Allison담임선생님, Ciana부담임선생님, 멘토선생님들, 영양사 선생님들, 룸메이트, 나이트가드 선생님들, 사진작가님들, HAFS캠프를 신청해주신 부모님,그 외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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