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모님을 통해 용인외대부고 여름방학 캠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3주간 넓고 좋은 학교에서 학원도 가지 않고 재밌는 시간을 가질 거라는 마음에 바로 "무조건 갈래!" 라며 신나했다. 그렇게 처음엔 마냥 들뜨고 기대되기만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점점 캠프 입소 날이 가까워지니 두려움이 스멀스멀 몰려오며 '괜히 간다고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아온 7월 23일 일요일, 기대되는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을 절반씩 가지고 캠프로 향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생생하게 기억난다. 캐리어를 챙겨주신 잘생긴 선생님(Edward 쌤 사랑해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긴장된 텐션의 시청각실 (누군가 실수로 소리를 끄지 않아 유튜브 영상 재생 소리가 울려퍼졌던 것도 기억난다), 처음 열다섯 명의 학생이 한 교실에 모였을 때의 어색한 침묵. 단 한 명도 옆자리 친구에게 말을 걸지 않고 책을 보거나 엎드려 자는 척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색하고 조용한 첫 OT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 후, 기숙사 건물 7층 732호에서 처음으로 룸메이트를 만났던 것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눈이 마주치고, 3초 간의 정적, 그리고... "안녕!" 침묵을 깨기 위해 냅다 던져 본 어색하면서도 활기찬 한 마디. 그 후로는 긴장이 풀린 건지 편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그렇게 룸메이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첫 기숙사 생활은 낯설었지만 그만큼 재밌었고, 나는 본격적인 캠프의 시작이 될 월요일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모두가 들뜬 동시에 긴장되어 있던 상태의 첫 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7월 24일 월요일 오전 7시, 귓가를 때리는 뉴진스의 Super Shy에 벌떡 일어났다. 이제 정말로 캠프가 시작됐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첫 주는 가끔은 혼란스럽고 가끔은 버거웠지만 대체로 재밌었다. 매일 아침 단어 시험을 보고, DebateㆍEssayㆍPT(Presentation)ㆍActivityㆍSports 등의 수업을 듣는 일상에 빠르게 적응했다. 하루 종일 함께하는 반 친구들과 점점 가까워졌고 (친해지고 보니 첫 날에 아무 말도 안 하던 그 친구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영어 수업과 9교시에도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 급식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항상 맛있는 밥 준비해 주시는 영양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룸메이트와는 정말 운 좋게도 너무나 잘 맞았고 내가 바라던 기숙사 로망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케이팝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미슐랭쓰리스타 급식을 먹고, 9교시를 살아낸 후 룸메와의 수다로 마무리되는 바쁘고 즐거운 하루들이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캠프 안에서의 첫 주말! 토요일은 사실 평일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똑같은 하루를 살았지만, 디베이트 예선이 추가됐다는 것만 달랐다. 친구들과 웨스트포인트 후배들 앞에서 말을 하자니 너무 떨렸지만, 생각보다 담담하게 나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 칭찬까지 들은 후 내 기분은 최상이었다! 진짜 주말이라고 느껴지는 요일은 일요일이었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 쉬다가, 특강을 듣고 반 별 사진을 찍은 후 영화까지 봤다. 하이라이트는 체육대회! 레드썬 게임도 하고 (올라온 모든 아이들을 탈락시킨 MC의 스킬이 정말 대단했다) 팀끼리 둘러앉아 수건돌리기도 하고, 다같이 춤도 추고 많은 활동들도 하면서 알찬 2시간을 보냈다.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노래가 흘러나오자 순간 모든 상황이 꿈결처럼 느껴지면서 '이게 청춘이지' 생각했던 것 같다. 꿀같은 주말 후 다시 시작된 바쁜 일주일, 빙글빙글 돌아가는 평일을 열심히 살아냈다. 여러 mock debate 준비도 하고 (drug epidemic 주제가 나왔을 때 반 친구들끼리 하루 종일 argument를 만들었다), PT 예선 준비도 하며 2주차는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디베이트 본선에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팀원 후배들과 열심히 준비해 갔지만 안타깝게도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잘하는 친구들을 관찰하며 '저렇게 하면 논리적으로 전달되겠구나' 배우기도 했고, 본선 진출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러웠다. PT 예선 준비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팀원 간의 역할 분배가 잘 안 된 것도 있고, 가끔 집중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냥 내가 다 해야겠다' 생각하고 떠안은 것이 원인이었던 듯하다. 자료 조사부터 스크립트, PPT까지 거의 항상 내가 노트북을 붙들고 있다 보니 수업 시간에 멍을 때리는 팀원도 생기고, 팀워크가 잘 이뤄진 팀보다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여야 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내가 확실하게 배운 것은, 나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앞으로 그룹 과제를 할 때는 역할 분배와 팀워크를 확실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없도록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쁘게 살아낸 2주차가 지나가고, 벌써 마지막 주말이었다. 토요일에는 반 친구들과 영화를 봤고, 일요일에는 외대부고 재학생 선배님께서 해 주시는 Road to HAFS 특강을 들었다. 선배님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고, (이미 수업 다니느라 거의 다 알고 있는) 교내 투어도 했다. 외대부고에서의 재밌는 생활을 들으니 꼭 이 학교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또, 마지막 일요일의 가장 큰 행사는 골든벨이었다! 평소에도 KBS 골든벨 프로그램을 자주 봤던 나여서 정말 기대가 됐다. 어이없게도 첫 문제에서 빛처럼 빠르게 탈락했지만 (두바이를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라고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다),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났다. 그 뒤로 많은 문제를 맞히며 우리 반 안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지만, 카멜레온이 눈가리개를 해도 색을 바꿀 수 있냐는 문제에서 틀려서 결국 떨어졌다. 그것 빼고 뒤에 나온 문제는 거의 다 맞혀서 더 억울했다... 그래도 신나는 활동을 통해 마지막 3주차를 살아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벌써 3주차라니...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점점 마지막 날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5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여느 때처럼 바쁘고 알차게 보냈다. 화요일에는 공식적으로 모든 수업이 끝났다! 아쉬우면서도 후련했고, 매일 함께했던 담당 선생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수업이 끝났다고 활동이 끝난 건 아니죠... 수요일에는 PT 대회 예선이 있었다! 시청각실에서 진행된 예선 대회의 첫 주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팀이었다. 차라리 빨리 끝내버리는 게 마음 편할 거라는 생각으로 (고통의) 10분을 보냈고, 박수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와 털썩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 과정이 다사다난하기도 했고, 제한된 시간 동안 거의 모든 것을 내가 하다 보니 완벽한 퀄리티의 발표는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협력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새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다른 팀들을 구경하며 잘하는 팀의 발표에서 배우기도 하고, 그러지 못했던 팀을 보며 '이런 점이 보완되면 더 좋은 발표가 되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PT는 끝났다! 드디어! 목요일에는 디베이트와 PT 본선, 그리고 장기자랑이 있었다. 잘하는 팀의 발표를 보며 배우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별로였던 팀의 발표를 보며 졸음을 참느라 애쓴 시간도 있었다. 모든 대회가 끝나고, 3시부터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초등학생들의 활기 넘치는 무대를 보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고, 다같이 춤추고 즐기는 행사가 정말 즐거웠다. 반끼리 춤이 너무 많이 겹쳐서 같은 춤만 7번 넘게 보게 되는 참사도 있었지만 (ex: 아이브의 I AM, 뉴진스의 Super Shy...) 2시간 내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 반은 (근본 중의 근본) 트와이스의 CHEER UP 춤을 췄고, 몸치인 나도 쉽게 출 수 있는 안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시부터는 한 시간 동안 선생님들이 준비하신 굿 바이 비디오를 봤다. 선생님들이 머리띠를 쓰고 춤을 추시는 걸 보면서 귀여우시다는 생각과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열심히 영상을 찍어주신 선생님들이 너무 감사했고, 마지막 날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드디어 마지막 날, 8월 11일 금요일... 아침부터 만감이 교차했다. 사실 캠프에서의 시간이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처음 캠프 입소 날처럼, 마지막 날에도 비가 왔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편지를 읽으시면서 다같이 아쉬운 감정을 공유했고 (하지만 아무도 울지 않았다.) 시상식 및 퇴소식도 진행되었다. 집에 가기 직전에는 포트폴리오, 상장이 담긴 가방과 스마트폰을 받았는데, 친구들은 선생님이 편지를 읽으셨을 때보다 폰을 돌려받을 때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정말 모든 게 끝났고, 친구들은 연락처를 공유한 뒤 헤어졌다. 캠프는 끝났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말도 안 됐다. 삼 주 동안 꿈을 꾼 건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는 일상에 빠르게 적응했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정말 캠프에 갔다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친구들의 수많은 후기 글 목록을 내려보면서 꿈이 아니었다는 걸 겨우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고 경험을 했다. 여러 대회에 참여하며 경험치를 쌓았고, 앞으로 비슷한 대회 등에 출전한다면 캠프 대회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부족함을 보완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시야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직접 외대부고에서 생활하고 재학생 특강을 들으면서 외대부고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동기 부여에도 도움을 받은 것 같다. 3주간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와 배움을 얻었고, 나의 성장과 발전에 이 캠프가 정말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거였다! 캠프에서 만났던 Duke 친구들, 디베이트 / PT 대회 하면서 만났던 다른 반 친구들, 그리고 내 룸메이트! 앞으로도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 3주간 지도해주시고 학생들 진심으로 아껴주신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Duke 담임 Esther T, Jina T, Debate Jasmine T, Essay Sunny T, Film Bona T, PT Irene T, 체육(A) 선생님, 필라테스 김리안 선생님, 눈부신 용안^^*으로 저의 활력소가 되어주신 Edward T & Jay T & Luka T, 7층 NG 조이 & 채리 쌤, ET Tweety T, 캠프 내내 수고해주신 캠 쌤 Joanna T & Hailey T & Eva T, 그 외에도 캠프 안에서 뵀던 Ella T, Kaya T, MJ T, Tom T, David T, Daniel T... 모든 멘토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경험 할 수 있게 해 주신 우리 엄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