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의 어느날, 엄마에게 합스 캠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의 리원이는 혼자서 엄빠와 떨어져 3주를 지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의 한켠에는 캠프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던 모양이다. 영어 학원에서 수업을 할 때 '만약 내가 캠프에 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표나 과제를 했고, 5학년 2학기가 되면서 이번 겨울방학에는 어디로 여행가 볼까? 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 나는 "외대부고 캠프 이제는 진짜 가보고 싶어졌어" 라고 대답을 했다. 엄마는 사이트에 들어가 캠프 신청 일정을 확인하였는데 이번주가 신청 기간이라고 했다. 엄마는 당첨될 확률이 낮다고 했지만 나는 이때부터 이미 합격의 행운이 나에게 있다고 예감을 했는지 하나도 긴장되고 떨리지 않았다. 드디어 접수 당일! 학교를 마치고 핸드폰을 켰는데 엄마에게 온 카톡에는 축하합니다! 성공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라고 적힌 사진이 전송되어 있었다. 반배치 시험을 보다! 입소 전 처음으로 줌에서 합스 캠프에서 함께 하게 될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시험은 뒷전이고 친구들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에 나는 설레이고 있었다. Listening과 Reading 총 80문항을 푸는 시험이었다. 쉬운듯 헷갈리고 어려운듯 또 헷갈리고,,,, 그동안 내가 공부를 대충한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확신이 없이 시험을 마쳤다. 다시 이 시험을 보게 된다면 독해 공부를 좀 더 집중적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보캡의 중요성을 아주 많이 깨달았다. 반 배정 발표가 된 날 내 점수를 알 수는 없었지만 Boston반이 되었다. 우리반 친구들은 누가 올지 설레이고 기다려졌는데 입소 날까지 하루하루가 느리게만 흘러갔다. 눈덮인 입소 날! 밤새 내린 눈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고 아직도 내가 꿈속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오늘이 드디어 입소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교문부터 줄지어 서있는 차들 사이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는데 마치 예방접종 주사의 순서를 기다리는 기분이 들었다. 제발 내 순서가 느리게 다가오기를,,,ㄷㄷㄷ 차에서 우리 가족과 아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선생님의 폭풍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급식실에 갔고 접수를 하고 강당에서 입소식을 했다. 이날 처음 산초 쌤을 만났고, 너무 웃긴 강의에 떨렸던 기분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외대부고 캠프에서 지낼 20일이 너무 기대가 되었다. 기숙사와 룸메이트 인솔해 주시는 가드 선생님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3주동안 지내게 될 기숙사였다. 나는 가장 높은 층인 8층에 배정되었고 도착하니 이미 나의 룸메이트는 가방만 남기고 급식실로 가있어서 바로 만날 수는 없었고 궁금증만 가득한 채로 가방을 챙겨 입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급식실로 갔는데 아주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같은학교 같은반이었다가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간 친구를 합스캠프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서로 다른반이 되어서 같이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조금 뻘쭘했던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입소식을 마치고 방으로 갔더니 룸메이트도 와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제비뽑기로 씻는 순서도 정하고 가방 검사도 받고 바쁜 첫째 날을 보냈다. 기숙사 침대는 너무 편안한 느낌의 침대라 잠도 솔솔 잘 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양말을 신어도 발바닥이 후끈후끈 거렸다. 그리고 룸메와 좀 더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게 느껴진다. 내 연락처를 줬는데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 난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데,,,힝~ 매일매일 푸짐했던 신의 급식 입소하기 전에 네이버에 외대부고 캠프라고 치기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오던 말이 바로 신의 급식이라는 말이었다. 드디어 내가 그 신의 급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된 것이다. 하나씩 모두 시식후기를 쓰고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먹어본 급식들 중, 아니 뷔페들보다도 더 맛이 좋았고 저녁에 나오는 간식들은 편의점에서 사먹던 간식들을 통째로 나눠 주고....여긴 정말 통큰 학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로 돌아가면 이 급식이 더더더 그리워 질 것 같았다. 엄마에게 전화할 때 엄마한테는 급식이 집밥보다 맛있다고 했었지만 사실은 집밥이 그리운 날도 가끔은 있었다. 엄마에겐 비밀이다. 지금은 너무 소중해 진 Boston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다! 언제부터 어떻게 이렇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렇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은 퇴소한지 한달이 되어가도록 이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저절로 스며들었나보다. 올리브 선생님과 켈리J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고 선생님들과 나누었던 얘기들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올리브 선생님은 내가 가고싶은 연세대의 대학생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안에서 리스펙이었다. 내가 올리브 선생님의 반이라는게 너무 기쁘기도 했다. 켈리 선생님은 부담임 선생님이었는데 다른반의 부담임 선생님들보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 친구같은 선생님이었고 다시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반 친구들의 엄마이면서 아빠가 되어주었다. 아픈 친구가 생기면 밥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뭉클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외대부고 캠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선생님과 우리반 친구들이 베스트이다. 좋은 분위기가 되도록 도와 준 선생님들 너무 보고싶고 존경합니다. 나도 대학생이 되면 이 캠프에서 올리브 선생님과 켈리 선생님 같은 멘토가 되어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가 하나 추가되었다. 빽빽한 스케줄에도 재미있는 학교생활 월화수목금토 매일매일 8교시까지 쉴새없는 시간표대로 수업을 했고 엄마 아빠는 전화하는 날 시간표만 보고 힘들 것 같다고 위로를 했지만 사실 나는 매일매일이 너무 재미있는 날들이라 위로를 받아야 하나? 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끝나버릴까봐 아쉽기만 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수업은 잉글리쉬 액티비티 시간이었다. 이 수업은 영상을 보고 활동지를 채우고 미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평소에도 내가 만들기를 좋아해서인지 이 수업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엣세이 선생님은 우리 보스턴 반 친구들에게는 빠꾸쌤 이라고 불렸는데 라이팅을 하고나면 하도 빠꾸를 시켜서 생긴 별명이었다. 그렇지만 이 빠꾸 덕분에 엣세이 실력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빠꾸 쌤! 스포츠 클럽에서는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라크로스라는 운동을 배우고 평가도 했는데 쉬우면서도 즐거운 운동이었다. 디베이트와 PT는 수업과 동시에 대회 준비를 해야했다. 나름 입소전에 스피킹이나 리플라이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한국어로 쟁점을 찾거나 주장을 펼치던 것을 영어로만 하면 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것을 영어로 조리있게 전달하려고 하니 촉박하기만 한 시간도 그렇고 자료 수집에 제한이 있어 상식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생활을 덜 했다는 반성도 되는 시간이었다. PT는 단체로 진행된 대회였고 우리팀은 합이 나름 잘맞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발표 때 호응도 좋았고 성취감도 느꼈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으로 엄청난 아쉬움을 맛보았고, 친구들은 결승에 올라가는 것을 부담으로 느낀다고 할 때에도 나는 꼭 올라가서 결승전 발표를 해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나와 우리 팀 칭찬해 주고 싶다. 주말 행사와 특강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새로운 선생님들이 오셔서 특강을 해 주셨다. 그리고 산초 선생님의 특강도 아주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다. 그 중 수학공부에 대한 특강을 해 주셨는데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나를 발전시켜주는 끙끙이 문제였다는걸 알고 나니까 갑자기 수학 문제집이 풀고싶어지기도 했다. 나는 평소에 엄마에게 악필이라는 잔소리를 듣는 편이었는데 산초선생님의 특강에서 글씨 또박또박, 세로줄도 맞춰서 쓰라는 내용을 듣고나니 왜 엄마가 그렇게나 글씨로 잔소리를 했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다. 일요일이 되면 주말 행사가 있었는데 체육대회와 도전 골든벨을 했는데 체육대회는 정말정말 재미있고 친구들과도 좀더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던 행사이다. 골든벨에서는 우리반이 전체 3위를 차지하였고, 나도 결승 직전까지 살아남아 있다가 떨어지고 말았는데 답을 고치기 전에 맞는 답이었는데 괜히 고쳐서 떨어진 것 같아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3등은 정말 자랑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ET 수업은 아주 종류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나는 영어로 배우는 우리몸 속 이야기 라는 주제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내 꿈은 의사인데 수업 내용은 내가 한발 더 꿈에 다가갔다고 느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세포에서 시작해서 뉴런과 이뮨시스템, 백신, 그리고 여러 가지 organ들의 역할을 배우면서 호흡기와 백신에 대한 내용을 배울 때 가장 흥미롭게 수업을 들었다. 외대부고에 다니고 있는 언니 오빠들이 우리 캠프에 찾아와서 외대부고에 대한 홍보물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 주었는데 200개가 넘는 동아리와 룸메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예쁜 교복이 기억에 남는다. 외대부고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던데 나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외대부고에 꼭 갈 수 있을까? 캠프오기 전에도 외대부고에 가고싶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가고싶은 학교가 되었다. 두 번째 추가 된 버킷리스트이다. 20일간의 캠프생활! 후기작성을 계기로 다시 떠올려 보니 내 12년 인생에서 생각의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 준 곳이 외대부고 캠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보스턴 반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보고싶었고, 퇴소한 날 부모님을 만나자마자 내년에도 또 보내달라는 말을 제일 먼저 했다. 외대부고캠프가 끝날 때 받았던 연습장은 쓰고 싶지만 아까워서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다. 6학년 여름이 되면 난 다시 캠프에 입소 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된다. 다음 캠프에 당첨되지 못하더라도 난 내 실력을 키워 꼭 내 힘으로 외대부고에 가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