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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기 HAFS CAMP 우수 후기] West Point반 김서진

김서진 조회 : 165 | 등록일 : 2024.02.05
내가 처음으로 외대부고 캠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부모님의 권유였다. 3주 동안의 영어 캠프라니, 말수도 많고 영어를 평소에도 좋아하며 자사고에도 관심이 있던 나에게는 완벽한 캠프인 것 같아 기쁘게 가자고 답했던 것이 무려 2여달 전이다. 그렇게 신청을 성공하고, 반 배치고사를 본 후 행복한  3주가 지나간 것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행복한 꿈을 꾸다가 갑자기 일어나 멍한 기분에 가깝다. 그래서 후기도 후기이지만, 나 스스로도 이 소중한 기억들, 또 교훈들을 간직하고자 캠프에서의 일들 몇 가지를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첫 날에는 누구든지 그렇듯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캠프에 들어왔다. 아파트, 학교, 학원가 밖에 없는 동네를 벗어나 용인에 다가가며 ‘한국외대’라는 팻말이 보일 수록 설렘도 부풀어 갔다. 그렇게 부모님과 제대로 인사할 정신도 없이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어주신 선생님과 신나게 대화하며 기숙사에 짐을 두고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이 때 오리엔테이션을 맡으신 입학 부장 선생님께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깨어나라고 하신 말씀, 또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쌓으며 과정에 기쁨과 열정을 느끼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 그 날 일기에 적어 놓았다. 만약 캠프가 힘들어질 때 마음에 위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 후에는 반 친구들과 인사한 후 함께 저녁을 먹고 기숙사에 돌아왔다.친구들 모두 착하고 재미있는 동시에 온 지역이 다양한 만큼 개성이 넘쳤다. 만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된 우리반은벌써친해진 것 같았다. 이렇게 멋진 철학을 가진 캠프에서 재미있고 착한 친구들, 또 친절하신 선생님과 나이트가드 선생님들과 함께 3주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 너무 기대되었다. 새롭고 설레는 시작이었다. 

 

첫째 주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개념도 없이 정신 없이 지나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고 매 수업마다 기대했던 Essay 와 PT(Presentation) 수업, 낯설어 긴장되었지만 결국에 많은 것을 배우고 간 Debate, 생소한 분야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던 Film, 라크로스와 필라테스가 있는 체육 수업, 선생님과의 상담 수업까지 다양한 과목들로 시간표는 꽉꽉 차있었다. 매일 이 시간표를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 단어 20개를 외워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하루하루가 알차고 재미있었다.숙제가 많은 날도 정해진 시간 안에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시간이 여유로울 때도 인터넷에서 떨어져 책을 읽거나 룸메와 소곤소곤 대화하며 우정을 쌓았다. 또 이 캠프의 수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을 고른다면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학생으로서 배우는 것은 학원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으신 것을 그대로 받아적는 것, 그리고 다음 시간에 있을 시험을 위해 이를 착실하게 암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캠프는 나의 [수업]이라는 정의와는 완전히 달랐다. 언제나 손을 들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거나 질문할 수 있었고, 이를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환영하고 경청해 주었다. 생각이 많고, 이 생각들을 밖으로 표출하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저 완벽한 수업들이었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하루하루 수업 듣는 것이 즐거웠고 보람차며 뒤로 갈수록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주제를 살짝 틀어 아까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살짝 했는데, 내가 바로 우물 안 개구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평생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 곳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봤는데, 이 캠프에서는 한 반에서만 전국 각지에서의 친구들이 모인 것이다.또 이런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 한 반이 중학교에서만 11반이 있었다.여러 분야에서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솔직히 살짝 겁먹은 것 같기도 하다. 우물 안에서 행복하게 살던 무지한 개구리를 어느 날 갑 자기 잡아다가 동네 시냇가도 아닌 어느 커다란 호수에 넣어둔 것만 같았다. 이 깨달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것이 토론 대회이다. 예선을 어찌해서 올라간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서 솔직히 기대가 많이 컸고, 원래도 진취적이고 경쟁심이 강한 편이기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8강에서 다른 팀에게 졌을 때, 심판이 판결을 내리고 방에서 나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인지, 떨어졌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더 이상 참가할 수 없다는 절망감인지, 나도 아직 모르겠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그런데 우리 편은 물론 선생님과 상대편 친구들까지 위로를 해주었다. 특히 상대편에서 한 언니가 하이파이브해주고, 박수 쳐주자며 방에 있던 모두가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준 것이 힘이 되었다. 이 위로 덕분에 기분도 많이 좋아졌고 (솔직히 이날 토론이 끝나고 먹은 저녁이 굉장히 맛있었던 것도 한 몫 한 듯하다….신의 급식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명불허전이었다), 아직도 이때 위로를 건네준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언니 오빠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 대회를 통해 우승이나 대상이라는 상장이 아니라 캠프에서 이렇게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 어떤 A성적 보다도 값진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이렇게나 많고, 나는 발표하던 그 순간 자체를 진심으로 즐겼다면, 그것만으로 된 것이다.

 

디베이트가 색다른 경험과 교훈을 안겨주였다면,내가 제일 좋아하던 과목 중 하나인 프레젠테이션 수업은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 모둠은 의학의 분야에서 뇌전증이라는 생소한 주제로 8분짜리 발표를 해야했다. 우리 모둠은 처음에 막막했지만, 팀원들이 모두 서로 도와준 덕분에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우리는 우리의 논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계속해서 지적하시는 걸 들으며 사기가 많이 꺾이며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불안감이 들었던 적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처음에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말, 그리고 각종 특강에서 들은 말들, 기회를 즐기고 도전을 중시하라는 말을 되새기며 끝까지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 팀은 예선을 통과했고, 본선까지 올라갔다. 본선에선 대략 4~5반 정도가 같이 하는 것 같았는데, 수를 대충 계산해보면 80~90명 되는 인원이다. 그런데 하필 우리가 첫 번째 순서인 것이다! 발표를 하며 엄청 떨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이렇게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내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와 우리 팀원들 모두 답변을 잘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은 즉석에서 보충해주기도 했다. 이 과정 역시 즉석에서 대답하고 심사위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는 무대를 내려오며 수고 많았다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상이었다! 우리 팀원들과 반 전체가 소소하게라도 축하해주어서 기뻤다.또 말은 안 했지만 대본을 계속 외우거나 조사를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고 자료도 열심히 만들던 것처럼 꾸준한 노력이 보상받는 듯해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캠프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럼 3주 동안 밤새가며 토론과 공부만 했다.”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혀 아니다! 주말마다 입학 부장 선생님, 삶의 도전정신을 자극해주신 선생님, 또 외대부고 재학생분 등 다양한 분들로부터 캠프나 공부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 고민해볼만한 질문이 특강에서 던져졌다. 일요일에는 여유를 즐기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춤추고 소리지르는 체육대회, 또 반 친구들과 웃긴 사진 포즈를 따라하는 것처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골든벨등 다양한 이벤트로 일주일의 스트레스는 모두 떨쳐버리고 순수하고 근심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날에는 장기자랑을 하며 캠프 전체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도 항상 재미있게 활동하는 것 같았고, 기숙사와 교실이 있는 백년관을 왕복하며 친구들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재잘재잘 대화했다. 빠르게 친해진 우리 반은 선생님들께 따로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써드리거나 화음 쌓아서 노래 들려드리기, 일요일엔 토스트 위에 잼으로 선생님께의 메세지를 적는 것 같은 소소하고 귀여운 장난도 쳤다. 솔직히 거대한 축제나 이벤트보다도 이런 소소하고 재미있는 일화들이 되돌아봤을 때 훨씬 기억에 남고 행복한 것 같다.

 

아직까지도 내일 아침 일어나면 기상송에 눈을 떠 기숙사 1층으로 내려간 후 오솔길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재잘재잘 웃고 떠들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일어나보면 20일 동안의 캠프를 갔다왔다는 것이 아예 없는 일처럼 학교를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내적으로 조금 더 많은 교훈, 그리고 힘을 주고 동기부여해주는 아름다운 추억들과 멋진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얻은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후 평소에는 핸드폰을 하며 쉬고 있던 내가 공부를 다 끝내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더해 입시학원에서 제시한 틀에 갇혀있던 나는 영어로 오랜만에 대화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대회도 참가해보고 평소에도 영어로 소통하며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주장을 발표하고 소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이걸 영어로 진행하는 걸 진심으로 하며 행복해한다 느꼈기에 영어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꿈을 찾게 되었다. 다시 한 번 가장 중요하게도 친절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내 세상을 넓혀가며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일을 발견하고, 인생의 목표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다. 잊지 못할 내 인생의 새 챕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을 과대평가하던 우물 안 개구리는 처음에는 우물보다 압도적으로 넓은 호수와 끝이 안 보이는 물의 깊이에 허우적댔지만, 다행히도 선생님들과 친구들과의 재미있는 일상, 그리고 여기에 배우러 왔다는 마인드라는 뗏목 위에 올라타 안전하게 호수 위에 떠있을 수 있었다.나의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HAFS 캠프 후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하지만 우물 안, 아니 호수 안 개구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언젠가는 거대한 바다에 나가 더 탄탄한 뗏목을 만들어 바다를 누빌 날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 

 

P.S. If any of you are reading this by any chance, you know who you are, and I genuinely feel so lucky to have met you! Though I didn't really mention all the amazing people, the daily small talks and fun we had are what I miss the most about camp. I hope you had as much fun as I had for 3 weeks, and I will always miss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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